명절이면 식구 모두 큰아버지 댁에 모입니다.

아버지 4형제와 그의 자손들 그리고 손주들까지 모두 모이면 40여 명의 시끌벅적 대가족이죠.

손주 중에서 제일 막네 녀석이 초등학생이라 한동안 집안에 아기가 없었는데,

해나공주가 태어나고 나서 다시 아기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가족들의 관심을 듬뿍 받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도 설날 전날에 시골에 도착해서 하룻밤 자고 설날이면 큰집에 각 가족이 모두 모입니다.

막내며느리인 또냐는 새벽같이 일어나서 형수님들과 함께 음식준비를 하러 출발했고,

조금 늦게 일어난 아빠는 준비해온 해나공주 한복을 어설프게 챙겨 입히고 큰집으로 출발합니다.


큰집에 도착하자 큰아버지께서 귀여운 해나공주 안아보자고 팔을 뻗으며 반겨주십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낯가림이 심해서 누가 다가오면 얼굴을 피하고 울기도 하던 녀석이 이제는 낯가림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이젠 할아버지 품에서 울지도 않고 얌전히 있네요.




대범해진 해나공주.

형수님이 해나공주 손 붙잡고 여기저기 구경시켜줘도 울지 않습니다.




해나공주도 역시 여자인지라 형수님들이 모여 음식 준비하는 곳에 관심을 보이죠.

사람들 사이에서 울지 않는 해나공주가 신기하고 대견스럽습니다.




작년에 추석에 왔을 땐 멋모르고 기어 다니던 녀석이었는데,

이제는 언니 오빠들 틈 속에 재롱을 부리며 기어 다닙니다.




또래가 없어 좀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언니 오빠들이 많으니 어린 해나공주를 잘 돌봐줍니다.




제사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조카 녀석들은 한 방에 모여앉아 수다 떨며, 장난치며, TV 보고 있습니다.

다들 이 방에서 해나공주처럼 아기여서 누워 옹알거리고 있었는데,

어느덧 장성해서 군대도 가고 직장도 다닙니다.




오랜만에 보는 조카 녀석은 막 제대해서 머리도 짧고 군기도 남아있습니다.

이제는 장성한 조카들과 걸어 다니기 시작한 해나공주 덕에 이 방이 비좁을 정도입니다.




사실 저도 아가였을 적부터 명절이면 이 큰집에 와서 제사를 지내고 갔었습니다.

어릴 적 기억에도 시골에 오면 반딧불이 날아다니고 하늘엔 북두칠성이 반짝였고,

이 집을 뛰어다니며 또래 사촌들과 어울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추억이 이제는 해나공주에게 전해질 거 같습니다.




오전 9시쯤 되자 제사가 시작됩니다.

며칠 전부터 준비되던 음식들이 하나 둘 상을 가득 채우고 우리의 뿌리가 되어주셨던 조상님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해나공주도 이제 어엿이 걸어나와 제사를 지냅니다.

물론 아직 어려서 절은 할 줄 모르죠.




식구들이 많다 보니 절도 한 번에 끝나지 못합니다.

위에서부터 아버님들, 아들들, 그리고 손주들까지 3번에 걸쳐 나눠 절을 해야 합니다.

조상님이 살아계셨다면 장성해서 잘 살고 있는 자식들을 보고 부모 마음으로 흐믓하셨을 겁니다.




그리고 이날은 설날이라 아버님들과 어머님들에게 세배가 있죠.

형들과 형수님, 그리고 그 아이들까지 부모님의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세배를 드립니다.




아쉽게 해나공주는 절을 할 줄 몰라 세배는 생략.

내년에 올 때는 세배 좀 연습하고 와야겠네요.




그래도 해나공주!

세뱃돈을 받았답니다.




제사와 세배가 끝나고 나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아침 식사가 시작됩니다.

큰집에서 먹는 음식은 세상의 어느 맛집과 비교 못 할 정도로 맛있습니다.

워낙 큰엄마의 요리솜씨가 좋은 것도 사실이지만,

가족이 모두 모여 앉아 식사하기에 이야기꽃과 정다움이 있어 더욱 맛있는 거 같습니다.




해나공주는 예뻐해 주는 언니 품에 포근히 앉아 아이폰을 가지고 놀고 있습니다.

언니라고 하지만 20년이 차이 나네요.

그래도 둘은 같은 피가 흐르는 언니와 동생이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습니다.







내가 세상을 처음 시작하는 곳은 가족입니다.

그리고 평생 함께할 곳도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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