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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없는 단풍여행
공주님 태어나서 찍은 사진이 벌써 60GB가 넘었네요.
다 소유하고 싶지만 지나치게 많은 사진은 결국 쓰레기더미가 되기 때문에 이 중 1/3 가량은 휴지통으로 갑니다.
이 중 다시 추려서 연말이 되면 추억이 많은 사진들로 앨범으로 만드는데,
올해는 공주님 사진이 대부분 페이지를 차지할 거 같습니다.
이전 앨범은 또냐와 저의 여행이 테마였는데, 공주님 태어난 이후론 서울 근교를 벗어나기 힘듭니다.
그래서 가을의 막바지였던 11월 5일, 단풍을 즐기러 수목원을 가기로 했습니다.
광릉수목원을 예상했는데, 마침 예약이 다 차서 급히 서울 근교의 수목원을 찾다 여주의 해여림 식물원으로 결정했습니다.
집에서 약 한 시간 걸리는 곳으로 어린 공주님과 여행하기엔 적당한 거리였습니다.
입구에 도착해서 입장료를 사려니, 비수기라 50% 할인 해준다고 합니다.
우린 웬 횡재냐 하고 입장했더니, 그럴만한 이유가 있더군요...
이미 단풍이 다 져서 낙엽만 수북이 쌓여 있었습니다.
울긋불긋한 단풍을 공주님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나무들이 옷을 다 벗고 황량한 모습입니다.
날씨도 흐려 쓸쓸함까지 밀려옵니다.
게다가 거무스런 쪼그만 날벌레들이 숲길을 지나갈 때마다 뭉텅이로 몰려있는 것입니다.
또냐는 공주님을 보호하려 벌레들을 두 팔로 헤치며 오솔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멀리 벤치에선 노 부부가 담소를 나눕니다.
마른 나뭇잎의 주변 경관이 마치 노부부의 쓸쓸한 황혼을 표현하는 거 같습니다.
식물원 중턱의 식당 앞에선 내부 관계자들이 고구마를 구우려고 양철통에 불을 지피우고 있습니다.
연기를 특수효과 삼아서 사진을 찍어봅니다.
마치 이른 아침의 물안개 효과처럼...
멀리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들이 보입니다.
푸른 나무들이 배경이었다면 즐거워 보였을 텐데...
낙엽진 늦 가을엔 왠지 쓸쓸해 보입니다.
더 이상의 산책은 포기하고,
해나공주가 우유 먹을 시간도 되어서 식물원 내에 있는 카페를 찾아 갔습니다.
모던한 분위기의 카페는 마치 도심에 있음직한 카페였습니다.
우선 공주님은 우유 한잔하고...
또냐와 저는 커피와 코코아 각각 한 잔씩 합니다.
그리고 창 너머로 낙엽진 산을 바라보며 또냐와 여유있는 담소를 나눕니다.
비록 예쁜 단풍을 공주님에게 보여줄 수는 없었지만,
우리 가족 이야기가 될 앨범에 실릴 추억을 담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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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공주님...옆으로 고개 더 돌리고...표정은 밝게...'
해나공주: '이케요???'
또냐: '아~팔 떨어지겠네...빨랑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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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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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에 이런 곳이 있군요. 봄이 되면 가봐야겠습니다.
아이 이쁜데.. 전 요즘 너무 힘들어하고 있어요. 아프고 떼쓰고.. 그래도 힘내서 키우겠습니다.
함께하시죠. 아자!
12월 행복하게 시작하세요. ^^ -
서현엄마 2010.12.01 10:10
소피도 함께 구경나갔군요~공주님~
공주님 전생에 모습이 저기 보이네요 (백설공주랑 일곱난쟁이 ^^
울 딸냄은 돌이 지났음에도 수시로 엄마찌찌를 찾아서 (안주면 옷을 벗기려들기에 ㅜㅜ)
아직 놀이공원도 못 가봤네요...
내년 봄에는 꼭 찌찌끊고! 동물원도 가고~한강도 가고~많이 놀러다니렵니다
공주님도 함께 하실래요?? -
엄마는 수다쟁이 2010.12.01 10:36
해여림에 다녀오셨군요~
멀지않고 다녀오기 괜찮은 거리죠
저도 여름에 다녀왔는데
폭풍왔다 지나간지라 여기저기 보수할 곳이 많더라구요
계절이 다른지라 다른모습이네요 ㅎㅎ -
60기가라... 대단하시네요...^^ 사진파일용량이 애정의 정도라면 전 낙제점 받을런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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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도 너무 이쁘고, 특히나 스토리를 위한 사진편집이 인상적입니다. -
날이 부쩍 추워져서 나들이가기 참 힘드시죠?
낙엽 밟으면서 한바퀴 돌면 참 운치있을 것 같은데...
저도 이제 산후조리 끝내고 좀 나가볼까 했더니 넘 추워졌네요 ㅠㅠ -
해나공주가 크면 아빠의 사랑에 감동받겠는데요~^^
전 늘 마음으로만 가족외출을 계획하고 있는데...실천이 잘 되질 않아요~^^;;;
12월 가족 모두 행복하세요. -
Anki님!!
[해나공주와 일곱 난쟁이]도 잘 어울리네요^^*
예쁜 공주님과 부인과 함께 한 외출 좋으셨겠어요~~
오늘도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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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Kang 2010.12.01 23:14 신고
마지막 사진 원츄입니다. ㅎㅎㅎ
그나저나 해나 사진만 60기가면.. 그거... 잘 백업 해 놓는 것도 일이겠어요. -
와...^^ 가족 나들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나중에 해나 공주님이 커서 앨범 보면 너무 좋아할듯..^^
Anki님의 블로그 보면서도 흐믓흐믓할 해나공주님이 떠오르네요..^^ -
연한수박 2010.12.03 03:50
11월 촌데도 벌써 그렇게 낙엽이 다 떨어졌네요^^;;
멋진 단풍을 풍경으로 찍었다면 더 좋았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