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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자르는 건 싫어요
돌잔치 바로 전에 해나공주 머리도 정리할 겸 동네 미용실을 찾아갔습니다.
100일 지나자마자 빡빡으로 깎은 후 두 번째 미용실을 간 것이죠.
태어날 때 머리숱이 풍성했는데 다시 자라는데 한참이 걸렸습니다.
그냥 놔뒀으면 지금쯤 머리를 땋고 다닐 텐데 괜히 빡빡 밀어줬나 하는 후회도 합니다.
해나공주: '엄마 여기가 어디에요?'
또냐: '공주님 머리 자르러 미용실 왔죠.'
해나공주: '아빠는 거기서 뭐 해요?'
아빠: '사람이 많아서 좀 기다려야 한다네...'
해나공주: '아~기다리는 건 지루한데...'
해나공주: '심심해요...(발버둥~)'
해나공주: '심심해요...(발버둥~)'
또냐: '그럼 엄마가 재밌게 해줄까?'
해나공주: '어떻게요?'
또냐: '간지럼 태우기~'
해나공주: '히히~'
해나공주: '키키키~~~~'
해나공주 달래주며 놀아주다 드디어 머리 자를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처음 빡빡 깎던 날도 많이 울었는데,
이날도 혹시 울지나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아직 상황을 모르는 해나공주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띠고 있죠.
아줌마: '공주님 머리 깎게 가운 입자.'
해나공주: '이거 옛날에도 입어 본 기억이 가물가물 나는데요...'
해나공주: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들의 정체는 뭐죠?'
또냐: '해나공주 머리 자릅시다. 움직이면 다칠 수 있으니깐 엄마가 머리 잡아줄게요~'
해나공주: '싫은데...(앙~)'
해나공주: '엄마 무서워요. (앙~앙~)'
또냐: '예쁘게 머리를 잘라 주려고 한 것이니깐 조금만 참자.'
해나공주: '머리 깎는 건 싫어요.(앙~앙~앙~)'
또냐: '공주님 거의 다 되었어요. 조금만 참자.'
해나공주: '언제 끝나요...(앙~앙~앙~앙~)'
또냐: '자 이제 다 되었다~'
해나공주: '무서웠잖아요...(흑~흑~)'
머리를 다 깎고 났는데도 아직 눈물이 눈가에 그렁그렁합니다.
예쁘게 머리를 다듬어 주려 한 것이지만, 해나공주는 자신에게 해를 끼칠까 봐 몸이 스스로 방어하는 거겠죠.
이 작은 녀석에게도 생존 본능은 살아 있습니다.
예쁘게 해주려는 부모 욕심에 자꾸 나쁜 기억을 심어주는 거 같아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집에 가는 길에 따스한 햇볕을 받아서인지 금방 기분이 풀어졌습니다.
얼굴에 사알짝 미소도 보이네요.
풀어진 마음을 엄마 아빠에게 확인시켜 주려는지 스스로 까꿍 놀이도 해 보입니다.
해나공주: '아빠, 나 어딨게요?'
아빠: '글쎄 모르겠는데...'
해나공주: '까꿍! 여깄지요~'
아빠: '아이코! 깜짝이야~아빠가 놀랐네요'
해나공주: '히히, 아빠 해나공주는 아직 머리 자르는 거 무서우니깐 다음엔 아빠가 잘라주세요~'
아빠: '그래. 그러자꾸나.'
이젠 공주님 머리를 직접 잘라 줘야겠습니다.
군대에서 병장들 머리 깎던 기억을 더듬어 깎아줘야 하는데
해나공주도 이 스타일을 좋아할는지 모르겠네요. ㅎㅎ
처음 미용실에서 머리 깎던 기억:
▶ 공주님 빡빡이 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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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이엽이아빠 2011.06.14 09:24
100일 지나고 머리를 싹 미셨구나... 우리딸도 처음에 싹 밀어버릴까 하다가 머리를 빨리 묶어보고 싶어서
그냥 길렀었는데..ㅎㅎㅎ
이젠 아빠가 미용사가 되겠네요 ㅎㅎㅎ 군대식으로 자르시면 안됩니다..ㅎㅎ -
공주님 머리가 가지런해졌네요.
흠...우리 한결이도 밀어줄까 말까...ㅋㅋㅋ
고민되네요.
새삼 해나 공주님 머리 밀던날도 다시 한번 봤네요.
제 기억으로는 그 포스팅을 통하여 공주님 첨 만난 것 같은데...
많이 컸어요. 아기들 ^^ -
해나공주가 병장머리는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아요.
가위로만 자르면 설마 그런 머리가 나오겠어요?? ㅎㅎㅎ
해나공주의 우는 모습은 보기 어려운데...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에구~
그래도 여자아이라서 조금만 더 자라면 미용실가서 머리 자르는거 좋아라할 거에요~
여자아이들의 본능이 나올때까지 조금만 참으세요.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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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깡 주문하셨써요? 군대 얘기 나와서리..ㅎㅎ
보미는 아직 미용실에서 머리 잘라본적이 없어요...
오로지 엄마~ 집에서 잘라주는것도 좋아요~ ㅋㅋ -
빛돌★Limited 2011.06.14 12:57 신고
어쩌면 말이죠.
아이가 아니라 '여자'로 봐주길 바래서 울었던 것은 아닐까.. 싶은.. ^^;;
자기는 머리 기르고 싶은데 잘라버리니까 슬퍼서..?
농담이구요 ㅋ
'키키키 ~' 가 완전 대박이군요.
웃는 모습 최고로 귀여웠어요 ^^ -
ㅎㅎ초등학교 6학년인 조카녀석...
처음 미용실 데리고 가서 머리를 깎는데 어찌나 울어대던지.....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
공주님.....이뿌네요.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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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자르는거.. 적응될때까정.. 고생좀할듯 합니다..
전 사내녀석들이라..
이발소가서 함께 자르는데..
몇년간 고생 좀 했던 기억이...^^ -
제가 머리 깎는 데 트라우마가 있어서
아직도 머리 잘 안짜를려고 그러죠..ㅎㅎㅎ
전 아직도 미장원 가는게 제일 귀찮고 섬찟한 일입니다.-_- -
레종 Raison. 2011.06.14 21:43 신고
머리도 자르고 이뻐졌네요...
머리만 자라면 완전 미모가 돋겠습니다...
우리 준우도 빡빡 밀어줘야하는데... ^^;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방문하게 됩니다. 아빠가 아이 머리 잘라주는 집이 여기 또 있으니 반갑습니다.
그래서 트랙백 남기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