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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이번 여름에 한 일을 알고있다
평상시와 다름없는 오전 출근 시간이었습니다.
아빠는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또냐는 주방에서 아빠의 도시락을 준비하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또냐의 외마디 비명이 들려왔습니다.
"여보!!!"
뭔가 불길한 느낌에 아빠는 세수를 멈추고 얼른 해나공주가 있던 방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그러자 눈에 보이는 것은 바닥에 흥건한 붉은 피.
그 피는 해나공주 옷과 팔다리에도 뭍어 있었습니다.
아빠는 해나공주가 날카로운 것에 베어 피를 흘리고 있음을 직감하였죠.
순간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헌데 이 녀석이 울지 않는 게 이상하였습니다.
하지만, 날카로운 것에 베어도 고통을 모를 때가 있습니다.
제가 그런 경험이 있었죠.
그래도 이 녀석 너무 태연합니다.
피를 온몸에 뭍힌 것도 모자라 바닥에 있는 피를 손바닥으로 비비고 있네요.
해나공주: '아빠! 무슨 일 있어요?'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니 이제야 상황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몇일 전 어머니가 몸 건강하라고 희석도 안 된 진한 복분자 즙을 보내주셨었죠.
그리고 전날 밤 먹다 남은 복분자를 봉지째 컵 안에 넣어 두었는데,
해나공주가 팔을 뻗어 이 컵을 내려서 바닥에 쏟아버린 것입니다.
.
.
.
.
.
해나공주: '(룰루~) 미끄덩거리는 게 기분 좋네~'
해나공주: '(룰루~) 발로도 문질러 볼까...(쓱쓱~)'
해나공주: '(룰루~) 그래도 손으로 문지르는 것이 더 재밌네. (쓱쓱~)'
해나공주: '초고속 문지르기! (샤샤샥~)'
해나공주: '아! 너무 빨라 못 봤나요?'
해나공주: '그럼 천천히. (쓰~~으~~윽)'
해나공주: '(히히~) 아빠도 한번 해볼래요?'
놀란 가슴이지만 해나공주가 다치지 않아 그저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 녀석 이번엔 제대로 엄마 아빠를 놀래게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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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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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엄마가 더운 걸 알고 해나가 꾸민 납양특집 호러 쇼였던 듯...ㅎㅎㅎ
그런데 그 급박한 와중에 무슨 생각으로 사진 찍으신건지?....^^-
잊으면사람아니다 2011.07.27 11:46
납량특집 호러에 한표...
깜짝 놀랬네요. 핏빛이랑 진짜 비슷했슴다.
에효....
이런 경우엔 아무데도 안다쳐 다행이지요.
물건들 망가진 건 아무것도 눈에 안들어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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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쿠 놀래라...
진짜 피색이네요...
저만큼이면 큰일날뻔했어요...
다행입니다...^^;;
게다가 옆에 전선까지...
냐옹...^^
귀여워욤...ㅎㅎ -
다고은 2011.07.27 09:17
으악...저건..드드드..피?
하하하 오랜만에 와서 깜놀하고 갑니다.
해나가 정말 이젠 말썽꾸러기 되어 가네요 -
은이엽이아빠 2011.07.27 10:18
ㅎㅎ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해나공주도 이제 걸음마가 되니 더 신경쓰이시겠습니다..
바닥에 흘린거는 아빠한테 혼날까봐 얼른 흔적을 지우려는거 같은데요 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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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놀랐어요~~휴~
아이들~ 무지르는거 무지 좋아라 하죠~^^
그래도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네요~ 전기선에 물기가~
복분자 ㅋㅋㅋ
저희 둘째(4세 남아)가 마트에 가서 사달라고 한 쥬스가 복분자예요~
흠~ 쬐깐한 것이 벌써~
저희 신랑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 내용을 트윗에~^^
갑자기 그 일이 생각이 나네요~ -
와~~저도 이제 돌쟁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해나공주님 진~~~~짜 귀요미네요. 엄청 귀엽게 생기셨어요.
팔도 오동통하고^^ 울집 녀석은 주관적으로 매우 예쁘고 객관적으로 예뻣다 안예뻣다 합니다.ㅋㅋㅋ...
그나저나 사진을 어찌저리 잘 찍으신대요? 저는 아무리 아무리 우리 제눈에만 겸둥이를 찍어도 촛점, 앵글 나가고 삑사리ㅠㅠ 미안타 울 제눈에만 겸둥이 아들ㅜㅜ